이임순 | 유페이퍼 | 8,000원 구매
3
0
140
8
0
2
2025-04-29
꽃을 수 놓는다는 것은 내 이야기와 만나는 일이었습니다. 나를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었고, 어떤 기억 안에 집을 지었던 내 마음의 햇빛 든 자리와 그늘진 자리를 조용히 더듬는 일이었습니다. 그렇게 그린 손끝의 바늘땀이 오늘 내가 마주한 자잘한 일상 속에서 무슨 꽃으로, 어떤 빛깔과 향기로 마주할 것인 지를 바라보게 했습니다.
내 안에 모란의 시간이 교향악처럼 지나가기도 했고, 초록이 무섭게 치달아 오르는 여름, 줄기를 타고 올라 기어이 자기 담을 넘어서던 능소화의 붉음과 겨울을 밝히는 동백처럼 내게 주어진 순간을 아낌없이 사르 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. 꽃이 지는 계절에 피어 더 은근해지는 녹차꽃으로 시간을 붙잡아 보기도 했습니다.
바늘땀에 실린 꽃들의 많은 시간들을 ..